<광역 논단> 포노사피엔스 시대, 인간은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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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권 시인 계간 P.S 발행인
기사입력 2023-11-15 [17:46]

▲ 김남권 시인 계간 P.S 발행인  © 울산광역매일

 ‘신은 죽었다’. 니체는 그가 살던 시대에 종교와 교회의 권위를 감안하면 그야말로 세상이 놀랄 만한 외침을 던졌다. 그가 말하는 신의 죽음은 교회와 신에 대한 저항이라기 보다 세상과 권력에 대한 저항이자 현실을 직시하자는 선전포고 같은 것이었다. 사실 교회는 고대로부터 많은 권력과 절대적인 권위를 인정 받아 왔다. 그러나 11세기 말에서 13세기 말 까지 삼백 년간 치러진 십자군 전쟁이 실패하면서 교회와 교황의 위상은 추락했고 민생은 피폐해 졌다. 명복상은 서유럽의 그리스도교도들이 성지 예루살렘을 탈환하기 위해 감행한 원정이었지만 상인과 하급 기사들 농민들은 봉건사회의 중압으로부터 벗어나고자 가담하게 되었고, 그밖에도 호기심과 모험심 약탈 욕구까지 잡다한 동기가 유발되어 지루하게 이어졌던 것이다. 이로 인해 그때까지 신의 절대적인 영역을 중요시 여기고 교회당을 하늘 가까이 다가가도록 천문학적인 비용과 인력을 들여 경쟁적으로 짓던 유럽의 신화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은 14세기 흑사병으로 유럽 인구 삼분의 일인 약 2억 명의 목숨이 죽음에 이르게 되면서 절정에 이르게 된다.

 

 5세기에 접어 들자 로마 제국의 몰락과 함께 야만시대를 살아온 유럽인들에게 인간성이 말살되고 인간의 자존감이 바닥을 치게 되자 이를 극복하려고 14세기 후반부터 15세기 전반에 걸쳐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르네상스 운동은 곧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서유럽 전역에 전파되어 근대 유럽 문화의 새로운 문화부흥 현상으로 자리 잡게 된다. 야만시대, 암흑시대를 건너온 유럽 사람들은 신의 중심이 되는 세상이 아닌 인간이 중심이 되어 중세의 인간의 창조성마저 무시된 세태에서 문명의 부흥과 고전 문화의 재탄생을 주장하며 학문의 부흥뿐만 아니라 인간들의 지적 창조적 힘을 재 확산 시키는 신념이 확산되는 계기를 만들어 인간들이 확장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부활의 시대가 되었다. 그리하여 미술 음악 문학 등 인간 영역의 새로운 문화가 탄생되었고, 인문 부흥의 전성기를 이루게 되었다. 그러나 19세기에 들어서면서 인류는 두 번의 세계대전을 치루면서 대량 학살과 전쟁의 공포, 극심한 이념 갈등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이미 21세기가 시작되고, 인류가 포노사피엔스를 선언한지 십 여 년이 지나 전 세계가 스마트폰 하나로 연결되고 실시간으로 지구 반대편의 불특정 다수와 소통하는 세상이 되고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 여행을 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전쟁의 공포와 사회적 이념의 갈등으로 사회적 불평등과 권력의 횡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심지어 지난 2019년부터 몰아닥친 제2의 흑사병으로 불리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육 년째 전 세계를 휩쓸었고 또 다시 수백만 명이 죽음에 이르렀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아프리카 곳곳에서는 전쟁이 끊이지 않은 채 종교적 이념적 갈등은 지속되고 있다. 이런 사회적 현상을 우리는 야만과 문명이 공존하는 암흑시대라고 할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과 문명이 쏟아지고, 하루가 다르게 스마트한 기능들이 쏟아져 포노사피엔스를 진화시키며 분명한 문화 부흥기를 만들고 있지만 어딘가 허전하고 씁쓸한 것은 르네상스가 시작되어야만 했던 본질에 대한 의미를 떠올리게 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분명히 우리는 인류가 시작된 이래로 가장 진화된 시대를 살고 있다. 요즘 세대들은 신보다 부모보다 돈과 스마트폰을 더 믿는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가는 사람들은 모두 스마트폰을 보느라 고개를 숙이고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있다. 전철에서 내려 통로를 걸어갈 때도 앞을 보지 않고 휴대폰 화면만 보고 걸어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게임을 하거나 카톡을 하고 유투브를 시청하면서 실시간으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새로운 문화를 탐색하고 있다. 서점에서는 종이책이 안 팔리고 종이 신문은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한지 오래 되었다. 뉴스는 실시간으로 노출되고 검색 순위에 따라 광고 효과는 상상할 수 없는 파급력을 가지고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BTS나 블랙핑크는 음원이 공개되자마자 빌보드 차트에 진입하고 영화와 드라마는 실시간 시청과 유투브 채널을 통해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시청이 가능해졌다. 이제는 남이 하는 걸 잘 따라하는 사람보다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자기만의 세상을 보여주는 사람이 빛을 모으고 스타가 되는 세상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불안한 세상을 살고 있다. 분명히 지금까지 인류가 누려보지 못한 첨단 문명의 순간을 향유하고 있지만 이러한 문명의 이기는 철저한 개인주의에 함몰되어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탈취하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더라도 아무런 죄의식이 없이 행동을 하는 게임과 현실을 구분 못하는 현상이 인간성 상실로 이어지고 있다. 도심 한 복판에서 칼부림을 벌이면서 죄의식보다는 영웅 심리에 사로잡히고 이를 따라하는 모방 행위가 아무렇지 않게 반복되며 오히려 이런 행위들로 인해 자신이 sns에 노출되고 뉴스화 되는 것을 즐기는 비정상적인 어글리 포노사피엔스들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현상들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금세 꽃 피웠다 사라지는 한 철 꽃이 아니라 조금은 지루하고 지겹고 고단하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좋아하는 예술을 하고 좋아하는 기술을 익히면서 자신의 진심과 피땀과 노하우가 담긴 누구도 쉽게 따라하지 못하는 그런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 때, 우리가 사는 세상도 좀 더 가슴 따뜻해지는 순간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시인 아동문학가

월간 ‘시문학’ 등단, 한국시문학문인회 회장

계간 ‘P.S’ 발행인, 문화앤피플 편집위원

시집: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외 다수

kng2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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