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흐르는 아침>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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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기석 시인
기사입력 2023-11-20 [16:44]

우산도 없이 빗길을 가는데 

누군가 다가와 같은 보폭으로 걸었다 

곁눈질로 보니 희망이다 

 

그도 온몸이 빗물에 젖어 떨고 있었지만 

처량해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깨우친 자의 얼굴처럼 고요했다   

 

어딜 가는 길이오? 

내 물음에 희망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오늘 밤 이 진흙탕 빗길이 끝나는 곳에서  

꼭 만나야 할 사람이 있소  

그와 함께 새로운 여행을 떠나야 하오    

 

빗줄기가 더욱 거세어졌다 

내리막 빗길 따라 코스모스가 따라 걸었다 

나는 뒤도 옆도 돌아보지 않고 

길이 끝나는 강가를 향해 계속 걸었다 

 


 

 

▲ 함기석 시인  © 울산광역매일

<시작노트>

 

비는 계속되고 나는 또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먼 길을 나선다.

 

 

 

 

함기석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1992년 「작가세계」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국어선생은 달팽이』 『착란의 돌』 『뽈랑 공원』 『오렌지 기하학』 『힐베르트 고양이 제로』 『디자인하우스 센텐스』 『음시』, 동시집 『숫자벌레』 『아무래도 수상해』 『수능 예언 문제집』, 시론집 『고독한 대화』, 비평집 『21세기 한국시의 지형도』 등을 출간했다. 박인환문학상, 이형기문학상, 이상시문학상, 신동문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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