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 논단> 염치와 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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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권 시인 계간 시와 징후 발행인
기사입력 2024-02-12 [17:00]

▲ 김남권 시인 계간 시와 징후 발행인  © 울산광역매일

 어른은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엔 나이든 사람들은 넘쳐나지만 어른을 만나 보기란 하늘의 별따기 보다 어렵다. 그럼 어른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염치와 수치를 분간할 줄 아는 사람이다. 염치廉恥는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고, 수치는 수치심의 준말로 거부되고, 조롱당하고, 노출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존중받지 못한다는 고통스런 정서를 가리키는 용어로서 당혹스러움, 굴욕감, 치욕, 불명예 등이 포함된다. 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어른이라면 제대로 된 어른이라 할 수 없다. 걸음 더 나아가 다음 세대들에게 멘토가 될 만한 사람이 아니라면 어른이라기보다 그냥 나이든 사람일 뿐이다.

 

 일주일에 한 번 서울에 갈 때마다 전철을 자주 이용하면서 눈과 마음이 불편할 때가 많다. 전철 객실은 한 칸에 대략 54석 정도의 의자가 있고 그중에서 임산부 지정석은 2석이나 4석 정도로 객실의 중간에 위치에 있으며, 핑크빛 의자로 표시되어 있고 바닥과 벽면에 누구라도 쉽게 알아 볼 수 있도록 임산부 보호석이라는 표시를 해 두고 있어서 눈이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모를 수가 없다. 이 자리는 임산부를 위해 항상 비워두고 초기 임산부라도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이용하라는 배려석이어서 대부분의 승객들은 다리가 아파도 이 자리를 비워둔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일부러 비워 놓은 자리를 차지하고 가는 나이든 사람들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할머니 할아버지부터 아저씨 아줌마들까지, 자리가 나기 무섭게 달려가 아무렇지 않은 척 앉아서 간다. 만약 자기 딸이나 손녀가 임산부였다면 그들은 그렇게 쉽게 그 자리를 차지하고 갈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 자리에 앉아 가는 사람들에게 왜 그 자리에 앉아 가냐고 묻는다면 예외 없이 ‘몰랐다’고 대답한다. 이런 모르쇠 현상은 티비나 유투브 등 뉴스나 동영상에 등장하는 고위공직자, 선출직 공무원, 소위 지도층 인사라는 사람들이 수십 년 동안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면서 국민을 우롱하고 염치와 수치를 모르는 처신을 보여준 탓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젠 이런 현상이 만연하여 염치와 수치는 물론 죄의식조차 느끼지 못하고 사회가 점점 뻔뻔해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65세 이상 노인들은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하면서 아무리 먼 거리를 이동하거나, 하루에 수십 차례를 이용해도 공짜로 타고 다닌다. 해마다 서울 지하철의 적자는 수천억 원에 달하는 지경인데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불편한 현실은 계속되고 있다.

 

 전국장애인연합회(약칭 전장연)라는 단체가 있다. 이 단체는 지난 몇 년간 서울지하철에서 장애인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시설을 개선해 달라고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점거하고 시위를 하는 바람에 시민들이 한 두 시간 동안 지하에 볼모로 잡혀서 발을 동동 구르는 사태가 수 십 차례 반복되고 있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의 권리가 존중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자신들의 요구조건 관철을 위해서 지하철을 만들고 유지하고 운영하는 비용을 세금으로 납부한 시민들을 볼모로 위험한 불법 시위를 하는 것은 성숙한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들의 시위로 출근에 늦거나 약속 시간에 늦고 지하철이 줄줄이 터널 속에 멈춰서는 위험천만한 현상이 반복되고 있지만 이들은 한 번도 사과와 이해를 구한 적이 없고, 오히려 뻔뻔한 변명과 자기주장만 내세우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들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지금 이 시간에도 너무나도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이익을 침범하고 그것을 마치 당연한 권리인양 하는 것은 도덕불감증이 만연한 사회로 가고 있다는 반증이 아닌가 싶다.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청년들을 향해 뭐라고 할 것인가. 인구절벽에 내몰리는 현상을 청년 세대들에게 왜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는가? 십 년 후가 되면 청년 한 명이 노인 세 명을 부양해야 하는 사회가 된다. 그들이 일해서 버는 돈의 절반이 세금으로 나가야 하는데 지금 기성세대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복지부터 챙겨 달라 아우성이고 정치인들은 표가 많은 노인들의 정책에만 여전히 목을 매고 있는 이상 이런 불편한 현실은 우리나라의 역성장으로 이어져 아르헨티나와 같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우리가 사는 동안, 어른이 되고 어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염치와 수치를 아는 것이다. 체면을 차릴 줄 알고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으로 예의를 차릴 줄 아는 것은 부부 사이에도, 친구 사이에도 부모와 자식사이에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이런 염치와 수치를 모른다면 나이를 먹어서도 뻔뻔함만 늘어갈 뿐, 결코 어른은 될 수 없다.

 


 

 

시인 아동문학가

월간 ‘시문학’ 등단, 한국시문학문인회 회장

계간 ‘P.S’ 발행인, 문화앤피플 편집위원

시집: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외 다수

kng2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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